잠에서 깼을 때 하루종일 자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꾹 참고 일어나 작업실에 나갔다. 이런 기분일 때 집에 혼자 있는 건 위험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기도 하고, 좀 열심히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커피를 한 잔 사서 작업실에 도착해 바로 라이브앨범 관련 작업을 시작했다. 2시간 정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워서 3시간이 걸렸다. 작업 중간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야지 해놓고 또 까먹어버려서 등과 어깨가 많이 아팠다.

저녁을 먹을까 하다가 별로 배고프지 않아서 건너뛰고 바로 건반 연주 연습을 시작했다. '제비꽃'을 4비트로, 아르페지오로 연습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다. 그래도 조금씩 느는 게 느껴져서 기분이 좀 나아졌다.

건반 연습을 마치고나서는 기타연습을 했다. 연습하는 게 엄두가 안나서 용창이에게 동영상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해서 받았는데, 따라하려니 쉽지가 않았다. 진짜 쉬운 게 없구나 ㅎㅎ  이론서적이 혹시 필요할까 들고 나갔는데, 영상 따라하기에 급급해 펼쳐보지도 못했다.

연습을 하고 나서 시간이 남으면 곡작업을 좀 해보려고 했는데 벌써 11시가 다 되어있었다. 곡작업을 최우선으로 둬야하는데 중요한 일을 미루는 버릇은 잘 고쳐지지가 않는다. 준비하고 나오려다 보니 피아노가 있는 부쓰가 비어있어서 잠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아까 연습한 걸 피아노로 쳐보았다. 건반도 페달도 묵직하다. 확실히 연주하는 느낌이 다르다. 소리가 좋으니 자꾸 더 치고 싶은 마음이 들어 꽤 오래 연습하다 정리하고 작업실을 나왔다.

다음주엔 레슨 있는 날도 작업실에 일찍 나가서 작업시간을 미리 확보해두어야겠다. 더 재밌는 걸 만들자. 기운내자. 내가 괜찮은 뮤지션이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항상 잊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