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
작성자
oso0
작성일
2022-03-08 18:02
조회
181
오늘 MRI 검사는 유난히 힘들었다. 잠이 모자라서 너무너무 졸린 상태였는데, 자면 몸이 흔들리기 때문에 억지로 참아야했고, 이상하게 머리 뒤가 배겨서 너무 아팠다. 왼손에는 비상벨이 쥐어져 있었지만, 이제 끝나겠지 끝나겠지 하다보니 어떻게 끝이 났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이상하게 머리가 금방 아프지 않았다. 기분 탓이었던 걸까.
검사실에서 나와보니 딱 한 시간이 흘러 있었다. 예전 검사받았을 때는 그랬던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오늘은 검사 끝나고 나서 목소리가 막혀서 잘 나오지 않았고, 어지러워서 말도 어눌하게 나왔다. 조영제를 넣기 위한 주사바늘을 빼고 지혈을 하다가 병원을 빠져나왔다.
병원, 특히 큰 병원은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기가 빨리는 느낌이다. 몸이 특별히 아프지 않아도 추적관찰 검사를 하고 나오는 길은 다리에 힘이 풀릴 지경이다. 검사실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셨다. 할아버지의 부축을 받으며 오신 할머니, 아들과 함께 오신 할머니, 혼자 오신 분들도 계셨지만 누군가와 함께 오신 분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나는 몇 살까지 살게 될까. 그때의 나는 어딘가를 다닐 때 너무 어렵고 힘들지 않을까.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혼자 살아가기 힘든 나이가 올까.
혼자 계신 엄마는 큰 병원에 다녀오실 때 얼마나 힘드실까.
여러가지 생각에 머리가 너무 복잡해졌다. 지금에 충실하게 살고 걱정은 잊어버리라고들 하지만, 그렇게 서툴게 잊혀지는 것들에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난 언제나 도망치며 살았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너무 힘들었고, 아픈 곳은 점점 늘어났고, 어떻게든 붙들고 있던 음악은 잘 풀리지 않았다. 지금의 내게 남은 건 뭘까. 아픈 몸과 낡은 기타 하나.
지금에 충실하게 살고 걱정은 잊어버리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껍데기뿐인 행복으로 마음을 둘둘 감싸고 웃어본 들 껍데기 웃음 밖에 남지 않을텐데.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발표하는 것, 나의 즐거움. 나의 지금. 그걸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가. 그 도망은 타당한가. 가치가 있는가.
병원의 피로를 씻기 위해 먹고 있는 티라미수 케이크가 달다. 내 작은 허영, 작은 사치는 오늘도 이렇게 나를 위로해주지만, 내 기분을 위해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책임은 모두 내가 져야한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라.
검사실에서 나와보니 딱 한 시간이 흘러 있었다. 예전 검사받았을 때는 그랬던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오늘은 검사 끝나고 나서 목소리가 막혀서 잘 나오지 않았고, 어지러워서 말도 어눌하게 나왔다. 조영제를 넣기 위한 주사바늘을 빼고 지혈을 하다가 병원을 빠져나왔다.
병원, 특히 큰 병원은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기가 빨리는 느낌이다. 몸이 특별히 아프지 않아도 추적관찰 검사를 하고 나오는 길은 다리에 힘이 풀릴 지경이다. 검사실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셨다. 할아버지의 부축을 받으며 오신 할머니, 아들과 함께 오신 할머니, 혼자 오신 분들도 계셨지만 누군가와 함께 오신 분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나는 몇 살까지 살게 될까. 그때의 나는 어딘가를 다닐 때 너무 어렵고 힘들지 않을까.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혼자 살아가기 힘든 나이가 올까.
혼자 계신 엄마는 큰 병원에 다녀오실 때 얼마나 힘드실까.
여러가지 생각에 머리가 너무 복잡해졌다. 지금에 충실하게 살고 걱정은 잊어버리라고들 하지만, 그렇게 서툴게 잊혀지는 것들에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난 언제나 도망치며 살았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너무 힘들었고, 아픈 곳은 점점 늘어났고, 어떻게든 붙들고 있던 음악은 잘 풀리지 않았다. 지금의 내게 남은 건 뭘까. 아픈 몸과 낡은 기타 하나.
지금에 충실하게 살고 걱정은 잊어버리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껍데기뿐인 행복으로 마음을 둘둘 감싸고 웃어본 들 껍데기 웃음 밖에 남지 않을텐데.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발표하는 것, 나의 즐거움. 나의 지금. 그걸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가. 그 도망은 타당한가. 가치가 있는가.
병원의 피로를 씻기 위해 먹고 있는 티라미수 케이크가 달다. 내 작은 허영, 작은 사치는 오늘도 이렇게 나를 위로해주지만, 내 기분을 위해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책임은 모두 내가 져야한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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