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작성자
oso0
작성일
2022-03-18 04:20
조회
350
알람을 계속 끄고 자다가 2시가 다 되어 겨우 일어났다. 긍정적인 글은 마지막 한 줄 정도인 모닝페이지를 겨우 쓰고, 아침을 먹고, 씻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후드집업을 걸치고 나갔는데 춥지 않았다. 이제 겨울도 끝인 건가. 겨울이 좀 더 남아있으면 좋을 텐데 생각하며 비틀비틀 걸었다. 아침을 너무 과식해서 그런지 불쾌한 기분이 온몸을 감돌았고, 기운이 너무 없어서 똑바로 걷기가 힘들었다.
버스를 타고 정신없이 졸다 보니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는 환자들이 없었다. 덕분에 빠르게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나의 상태를 간단히 물어보셨다. 먹는 건 어떠냐고 물어보셨을 때, 여전히 많이 먹는다고 대답했다. 의사 선생님은 너무 폭식을 나쁘게 생각하면 더 좋지 않을 수 있다고 하셨다. 나는 오늘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은 사실을 말씀드리지 않았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병원을 나와 가까운 커피숍에 갔다. 너무 피곤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쭈욱 들이키고 잠을 깨보려는 마음이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츄로스를 주문해서 바삭바삭 씹어먹고 있었다. 츄로스 2개를 다 먹고 나서야 또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집에 들어오면서 츄로스가 저녁이니까 오늘 밤엔 아무것도 먹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또 정신을 차려보니 편의점에서 먹을 걸 잔뜩 사다가 다 먹었네. 뭘 먹을 때는 이렇게 부지런할 수가 없다.
일기에 폭식에 대한 죄책감을 적었다.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고 찬찬히 들여다보니 내가 또 사로잡혀있네 싶었다. 병원에서는 폭식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겠다고 대답하고, 나오자마자 먹을 걸 찾아서 위가 힘들 정도로 먹는 패턴. 폭식은 너무 오랜 습관이 되어버렸다. 오늘 의사 선생님이 스트레스 때문에 많이 먹는 것 같냐고 물어보셨는데, 예전에는 바로 네라고 대답했을 질문을 곰곰이 생각하게 되더라. 이제 정말 내가 왜 많이 먹는지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린 걸까. 그냥 관성적으로 먹어버리는 건가. 예전에는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거나 나빠지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이제 죄책감은 아주 조금 들지만 다른 변화는 거의 없는 편이다.
일기를 작년 말부터 몇 개월 동안 거의 빠지지 않고 매일 적었다. 그 일기 속에는 항상 다짐하는 내가 있다. 고쳐진 습관은 별로 없다. 언제나 반성하고 다짐하기만 하고 있다니 조금 슬픈 기분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누군가 잘 지내냐고 물어보면 잘 지낸다고 답한다. 괜찮냐고 물어보면 괜찮다고 답한다. 실제로 예전에 비하면 너무너무 괜찮기 때문이다. 종일 죽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있거나, 아무것도 못 하고 계속 자거나 하지 않는다. 매일 밤 내일은 또 힘내서 잘살아 봐야지 계획을 일기장에 써놓고 잔다. 다음 날 아침엔 전날 써놓은 계획을 보며 하루 계획을 세우고, 컨디션이 좋은 날엔 꽤 많은 할 일을 해치우기도 한다.
앞으로 더 괜찮아질 거라고 믿고 있다. 매일매일 실패가 쌓여도,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원하는 길로 갈 수 있다고 믿는다. 포기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살아있는 걸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오늘의 내 다짐이다.
후드집업을 걸치고 나갔는데 춥지 않았다. 이제 겨울도 끝인 건가. 겨울이 좀 더 남아있으면 좋을 텐데 생각하며 비틀비틀 걸었다. 아침을 너무 과식해서 그런지 불쾌한 기분이 온몸을 감돌았고, 기운이 너무 없어서 똑바로 걷기가 힘들었다.
버스를 타고 정신없이 졸다 보니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는 환자들이 없었다. 덕분에 빠르게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나의 상태를 간단히 물어보셨다. 먹는 건 어떠냐고 물어보셨을 때, 여전히 많이 먹는다고 대답했다. 의사 선생님은 너무 폭식을 나쁘게 생각하면 더 좋지 않을 수 있다고 하셨다. 나는 오늘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은 사실을 말씀드리지 않았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병원을 나와 가까운 커피숍에 갔다. 너무 피곤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쭈욱 들이키고 잠을 깨보려는 마음이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츄로스를 주문해서 바삭바삭 씹어먹고 있었다. 츄로스 2개를 다 먹고 나서야 또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집에 들어오면서 츄로스가 저녁이니까 오늘 밤엔 아무것도 먹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또 정신을 차려보니 편의점에서 먹을 걸 잔뜩 사다가 다 먹었네. 뭘 먹을 때는 이렇게 부지런할 수가 없다.
일기에 폭식에 대한 죄책감을 적었다.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고 찬찬히 들여다보니 내가 또 사로잡혀있네 싶었다. 병원에서는 폭식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겠다고 대답하고, 나오자마자 먹을 걸 찾아서 위가 힘들 정도로 먹는 패턴. 폭식은 너무 오랜 습관이 되어버렸다. 오늘 의사 선생님이 스트레스 때문에 많이 먹는 것 같냐고 물어보셨는데, 예전에는 바로 네라고 대답했을 질문을 곰곰이 생각하게 되더라. 이제 정말 내가 왜 많이 먹는지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린 걸까. 그냥 관성적으로 먹어버리는 건가. 예전에는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거나 나빠지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이제 죄책감은 아주 조금 들지만 다른 변화는 거의 없는 편이다.
일기를 작년 말부터 몇 개월 동안 거의 빠지지 않고 매일 적었다. 그 일기 속에는 항상 다짐하는 내가 있다. 고쳐진 습관은 별로 없다. 언제나 반성하고 다짐하기만 하고 있다니 조금 슬픈 기분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누군가 잘 지내냐고 물어보면 잘 지낸다고 답한다. 괜찮냐고 물어보면 괜찮다고 답한다. 실제로 예전에 비하면 너무너무 괜찮기 때문이다. 종일 죽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있거나, 아무것도 못 하고 계속 자거나 하지 않는다. 매일 밤 내일은 또 힘내서 잘살아 봐야지 계획을 일기장에 써놓고 잔다. 다음 날 아침엔 전날 써놓은 계획을 보며 하루 계획을 세우고, 컨디션이 좋은 날엔 꽤 많은 할 일을 해치우기도 한다.
앞으로 더 괜찮아질 거라고 믿고 있다. 매일매일 실패가 쌓여도,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원하는 길로 갈 수 있다고 믿는다. 포기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살아있는 걸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오늘의 내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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