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식증이 심해져서 약을 추가 처방 받았는데, 그 약 때문에 5일이 날아갔다. 증세는 이러하였다. 계속 토할 것 같은데도 계속 먹고 싶다. 먹고 나면 극심하게 토할 것 같아서 누워야 한다. 잠을 좀 자고 일어나면 조금 가라앉는다. 가라앉았지만 일어나기 싫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계속 잠만 자고 싶다. 영원히 깨어나지 않고 싶다. 그냥 죽어버릴까 생각이 든다. 내가 세상 최고 한심한 인간으로 느껴진다.

하루가 지나 상태가 수상해서 병원에 전화를 했고 의사선생님은 문제가 되는 그 약을 반 알로 줄여 먹거나 빼보라고 하셨다. 그 날은 반 알을 먹었고 증세는 여전했다. 그 다음날은 약을 빼고 먹었지만 증세가 남아있었다. 그리고 5일이 지나고서야 증세가 거의 사라지고 밖에 나갈 수 있었다. 머리가 좀 다시 돌아가는 것 같기도 했다. 휴 다행이다 싶었는데..

생각을 해보니 이런 증세에 시달린 게 처음이 아니네?! 우울증약을 먹어오던 중에 극심한 무기력증과 자살충동으로 생활에 곤란함을 느꼈던 적이 아주 많았는데 그것도 혹시 약의 부작용일까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증세들을 없애려고 먹는 약들이 오히려 증세를 악화시키다니 뭐 이런 게 다있냐. 먹어보지 않고는 부작용이 생길지 아닐지 알 수 없다니 뭐 이런 게 다있냐.

앞으로는 내가 먹는 약들 잘 파악하고, 이상하게 우울증이 악화되는 것 같을 때는 바로 병원에 가는 것으로. 꼭 기억할 것.

그래서 5일동안의 무기력몸살우울대잔치에서 벗어났다는 좋은 소식을 알립니다. 어젯밤에는 5일만에 웃었는데 우와 웃음이 너무 낯설어 놀라버렸네. 평소에 느끼는 소소로운 감정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잊지 말고 잘 지키며 살아야겠다. 라는 생각과 더불어

올해엔 우울증 약을 꼭 끊을 수 있으면 좋겠다. 맑은 정신으로 웃어보고 싶어. 맑은 정신으로 노래해보고 싶어. 머릿속에 가득한 안개를 걷어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