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어제에 이어 오늘도 일까) 정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어젯밤에 일찍 자야지 해놓고 누운 채로 애플 신제품 이벤트 영상을 보는 바람에 또 늦게 자버린 것이다. 2013년에 사서 지금까지 쓰고 있는 맥북이 슬슬 맛이 가서 새로운 맥북을 사려던 차에, 혹시나 이번 이벤트에서 새 제품이 나올까봐 몹시 궁금하던 터였다.

한 시간 동안 애플 이벤트를 시청했다. 그중에 정말 갖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건 맥 스튜디오. 그것만 있으면 새로운 음악은 문제없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름다운 디스플레이와 엄청난 성능. 물론 가격도 엄청나서 나는 가질 수 없겠지만 말이다.

새로운 맥북에 대한 얘기는 없어서 그냥 미리 정해둔 옵션으로 구입해야 할 듯 하다. 사실 새 맥북 프로를 사는 것도 내게는 한참 무리이긴 하다. 그리고 구입해서 산 가격을 상쇄할 만큼 음악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암담해진다. 그러나 지금의 맥북으로는 작업에 한계가 있고, 계속 고민하다 보면 정말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상태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구입하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가진 재능으로는 이미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닐까. 아냐 아냐 아닐 것이다. 차라리 내 노력이 부족해서 지금의 내가 이것밖에 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그렇다면 열심히 해서 지금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으니까.

희망이란 내게는 없는 거라고 생각해왔다.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냥 맞지 않는 옷에 몸을 구겨 넣듯이 평생 불편하게 구겨진 채로 살아야 할 것만 같았다. 맞지 않는 옷을 멀리 던져버리고 새 옷을 찾아야 하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새로운 맥북 프로는 내게 희망을 줄 것이다. 오늘 받은 건반 레슨이 앞으로의 음악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기쁜 마음이 드는 것처럼, 더 나은 성능의 맥북이 더 나은 음악을 만들어줄 수 있을 거라 믿고 싶다.

누군가는 어리석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희망을 내 앞으로 끌어오는 것은 내 몫이고, 희망을 가득 가진 나는 더 많은 것에 대해 용기 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가끔 뒷걸음질 칠 때도 있겠지만, 돌아서서 온 길을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앞을 꿋꿋이 바라보는 힘, 지금 조금씩 모으고 있는 희망이 그 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