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하지 않나요. 데뷔 20주년. 20년 동안 음악을 계속 붙들고 있는 겁니다. 인기가 없는 무명의 가수에게 20년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시간입니다.

물론 계속 '열심히' '노력'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안 좋은 일을 당해 심한 우울증이 생기고, 생활이 어려워지고, 기타를 잡는 게 너무 힘들게 느껴졌던 때도 있었지요. 그러나 그 모든 어려움을 버텨내어(극복했다고 말하기에는 좀 부끄러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지금이 되었습니다. 다가올 것 같지 않던 이상한 미래의 시간, 2021년이 되어 데뷔 20주년 공연을 하게 되었다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요.

오늘은 공연 21일 전입니다. 기타 레슨 후 저녁을 먹고, 공연 연습을 하고 뭐라도 남겨보고자 하얀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며 깜박이는 커서를 노려보고 있네요. 사실 뭐 거창하게 하고 싶은 말은 없습니다. 그냥 지금이 너무 소중하다는 말 외에는요.

공연은 좋을 겁니다. 이번에는 기필코 즐기고 말 거예요. 음이탈이 일어나든, 멘트가 꼬이든 그런 건 아무 상관없이 즐겁게 노래할 겁니다. 공연 보러 와주시는 여러분들도 부디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제 음악을 들어주시고 공연까지 와주시는 여러분들이 얼마나 제게 소중한지 가끔 떠올려주세요. 지금도 어딘가에서 버티고 있는 조그만 가수에게 여러분이 살 용기를 주었다는 것도요.

부디 별일 없이 무사히 잘 버티다가 10월 23일에 만나요. 마스크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아도 함께 웃으며 행복한 시간을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