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져버린
작성자
oso0
작성일
2021-10-17 05:45
조회
606
갑자기 추워지는 바람에 좀 늦게 하려고 했던 옷 정리를 서둘러했다.
여름옷들을 정리해서 넣고, 가을과 겨울옷들을 꺼내는 와중에 작아져서 못 입는 옷들과 잘 안 입는 옷들을 추려 기증할 박스 안에 넣었다. 다 정리하고 나서 기증할 옷을 세어보니 56개였다. 올해 봄에서 여름 넘어갈 때도 2박스 정도 기증을 했었는데,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기증할 옷들은 대부분 20킬로가 늘고 나서 못 입게 된 옷들이다. 그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옷들이 많았다. 그래서 몇 년 동안 입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고집스럽게 챙겨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안다. 그런 마음이 쌓이다 보면 내 집은 쓰레기장이 되고 말 것이란 걸.
사실 지금의 집은 쓰레기집에 가까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번에 큰 맘을 먹고 구석구석 물건들을 끄집어내어 조금씩 치우고 있는데, 대부분의 물건의 시간이 순둥 씨가 떠났던 무렵에 머물러 있었다. 옷도 그때의 몸무게로 입었던 옷들, 식료품도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것이 한 무더기 나왔고, 책들은 그 당시 사놓고 읽지 않은 채 방치한 것이 잔뜩 있었다.
순둥 씨가 떠나고 나서 나는 커다랗게 구멍이 난 사람이 된 것 같다. 그 구멍은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곳인데, 자꾸 채우려고 물건들을 사모으고 음식을 목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엉망이 된 집과 엉망이 된 내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청소를 시작했으니까 더 나은 집과 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버리고 버리고 또 버려서 내 미련을 비워내면 어쩌면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보관하기로 한 옷들 중에는 작아져버린 옷들이 조금 남아있다. 아직 미련을 다 못 버린 탓이다. 못 입는 옷들은 다 정리해서 기증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데 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작아진 건 옷뿐이 아니고, 내 마음, 내 사랑, 내 세계, 내 모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되돌릴 수 있는 건 없지만, 내게 있는 커다란 구멍에 나쁜 것이 들어차지 않게 깨끗이 비우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여름옷들을 정리해서 넣고, 가을과 겨울옷들을 꺼내는 와중에 작아져서 못 입는 옷들과 잘 안 입는 옷들을 추려 기증할 박스 안에 넣었다. 다 정리하고 나서 기증할 옷을 세어보니 56개였다. 올해 봄에서 여름 넘어갈 때도 2박스 정도 기증을 했었는데,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기증할 옷들은 대부분 20킬로가 늘고 나서 못 입게 된 옷들이다. 그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옷들이 많았다. 그래서 몇 년 동안 입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고집스럽게 챙겨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안다. 그런 마음이 쌓이다 보면 내 집은 쓰레기장이 되고 말 것이란 걸.
사실 지금의 집은 쓰레기집에 가까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번에 큰 맘을 먹고 구석구석 물건들을 끄집어내어 조금씩 치우고 있는데, 대부분의 물건의 시간이 순둥 씨가 떠났던 무렵에 머물러 있었다. 옷도 그때의 몸무게로 입었던 옷들, 식료품도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것이 한 무더기 나왔고, 책들은 그 당시 사놓고 읽지 않은 채 방치한 것이 잔뜩 있었다.
순둥 씨가 떠나고 나서 나는 커다랗게 구멍이 난 사람이 된 것 같다. 그 구멍은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곳인데, 자꾸 채우려고 물건들을 사모으고 음식을 목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엉망이 된 집과 엉망이 된 내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청소를 시작했으니까 더 나은 집과 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버리고 버리고 또 버려서 내 미련을 비워내면 어쩌면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보관하기로 한 옷들 중에는 작아져버린 옷들이 조금 남아있다. 아직 미련을 다 못 버린 탓이다. 못 입는 옷들은 다 정리해서 기증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데 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작아진 건 옷뿐이 아니고, 내 마음, 내 사랑, 내 세계, 내 모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되돌릴 수 있는 건 없지만, 내게 있는 커다란 구멍에 나쁜 것이 들어차지 않게 깨끗이 비우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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