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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음악풍경을 만드는 사람
오소영
마치 운명처럼…노래 속으로
그녀에게…빠져들다
*1994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동상 수상…2001년 1집 <기억상실>로 강한 인상
*2집 <a tempo> 발표하며 대중 속으로…자신을 노래하는 실력파 싱어송 라이터
피아노의 잔잔한 선율로 시작되고,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노래를 시작한다. 힘없는 듯, 겨우 겨우 ‘그 날 덧없던 시간’을 후회하던 목소리는 어느 순간 ‘그만 그 말 그만’이라며 단념한다.
오소영의 2집 앨범 <a tempo>의 ‘그만 그 말 그만’은 노래가 끝나는 순간 서글펐던 마음 가득 위로를 남긴다. 단지 ‘괜찮아질 거야’가 아닌, ‘다 그래. 다 그렇게 되는 거야’라며 혼자 외롭게 떨어져있던 마음에 ‘너와 나’가 같음을 심어준다.
오소영 씨는 1994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가을에는’이란 노래로 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뮤지션의 길을 걷는다.
언더그라운드 음악계의 실력파로 인정받으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온 오씨는 2001년 발매된 1집 앨범 <기억상실>의 ‘어디 사냐고? 나도 몰라 / 그런게 어딨냐고? 여기있지. 뭐 / 잘 곳은 있냐고? 물론 없지 / 어떻게 할거냐고? 될대로 되라지’라는 다소 도발적인 가사로 다시 한번 가요계와 팬들의 주목을 받는다. ‘행복’ ‘사랑’ ‘희망’ 등 당시 대중가요를 관통하던 노랫말 메인스트림에서 한발짝 비켜선 파격적인 가사였기 때문이다.
이후 마치 자신의 모습처럼 다소곳한 활동으로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음악적 울림을 멈추지 않았던 그녀는, 2집을 계기로 다시 대중들의 관심권 안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음악적 홀로서기
“1집은 조동익 감독님부터 시작해서, 많은 선배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악기도 대선배들이 알아서 준비해 주셨죠. 이번 2집은 이다오 씨와 둘이서 공동 프로듀서로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해야 했어요. 처음으로 하는 작업이라 힘든 일이 많았지만 각오를 더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 감성 등 보여줄 수 있는 건 최대한 끌어내려고 노력했죠.”
마치 홀로서기에 나선 어린 아이와 같은 마음이라는 그녀. 그래서 1집 때는 전혀 떨지도 않던 무대가 2집 때는 사뭇 긴장된다고 한다. 잘하고 싶은 ‘오소영표 욕심’이 만든 부담 같은…
그녀에게 음악은?
“저한테 음악은 ‘한다’기 보다는 ‘노는 거’죠.”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님이 사준 기타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 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막연하게 음악에 취한 듯 기타와 함께 하는 시간이 그렇게도 편안하고 좋았단다.
그런 그녀가 구체적으로 ‘뮤지션’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때. 초등학교나 중학교나 어리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그녀는 그 때의 꿈을 이루어냈다.
‘쉼표’에서 ‘본래 빠르기’로
2001년 1집, 2009년 2집. 8년의 공백기 동안의 일을 묻자 그녀는 “정식으로 음악을 하진 않았어요. 그래도 계속 하긴 했어요. 가끔씩 참여도 하고, 피처링도 하고. 주로 그 기간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를 했죠. 음악보다 음악이랑 상관없는 일을 더 많이 했어요.”
2집 제목 <a tempo>는 ‘본래 빠르기로’라는 악상 기호이다. 8년 동안의 시간이 그녀에게 ‘쉼표’였다면 이제는 그녀 음악의 템포로 돌아가 예전의 초심으로 다시 음악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제목이다.
2집 속 그녀는 다양한 매력의 음악을 선보인다. 8년의 공백기 동안 간간히 발표했던 음악과 2집을 위해 만든 노래들이 서로 섞여 묘한 매력을 뿜어낸다. 밝은 분위기의 음악, 어두운 분위기의 음악 모두 섞인 <a tempo>. 비슷한 분위기의 노래로 일관성을 주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살다보면 급해지는 순간도 있고, 어깨가 무거워 꾸물꾸물 느려지는 순간이 있죠. 그런 순간 순간 내 음악을 듣고 스스로의 템포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픔 속에서 공감을 찾다
오 나의 사랑은 생기를 잃고 힘없이 비틀어져 / 흘러내린 선명하게 붉은 내 어둔 진실 숨겨둔 칼날 / 날 삼켜버린 긴 어둠 / 돌이킬 수 없이 몰아치던 그 날의 바람(2집 ‘a tempo’중 ‘돌이킬 수 없는’)
그녀의 2집 수록곡 ‘돌이킬 수 없는’은 미드 ‘Dexter(덱스터)’를 보며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다. 그 말을 듣고 그 음악을 들으면 그녀가 본 덱스터를 느낄 수 있다. 뜨거운 햇살이 가득한 도시에 살면서도 차가운 메스와 더욱 어울리던 덱스터. 자신을 진실로 이해해주는 이 없이, 사랑이라는 감정도 이해할 수 없이, 스스로를 괴물로 만들던 그가 떠올려진다.
이번에 새로 발매할 EP앨범에도 드라마 ‘skins(스킨스)’를 보다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 ‘미안해’가 있다. 청소년 시기, 모두가 어리고 제대로 아는 것 없이 생각하지만 막상 그 당시의 나는 너무 많은 고민에 힘들어하던 시기. 드라마로 표현된 즐겁지만은 않던 그 시기의 아픔은 그녀가 곡을 만들게 했다.
“전 아픔에 민감한 것 같아요. 주인공의 심리에서 영감을 받지만 마지막엔 내 감정이 오버랩 되거든요.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내 안에서 다듬어진 감정이 나오는 거죠. 그래서 결국 내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나에게만 보여줄래 / 니 마음 속 숨어있는 아픈 기억들 / 아무렇지 않게 웃어 /니 눈물을 아무도 모르게 / 랄라~ 두려움 모두 잊고 / 랄라~ 아이처럼 웃는 거야 / 그 누구보다 기쁠 거야( 2집 <a tempo> 중 ‘아무도 모르게’)
‘오소영표 음악’에 중독되다
“제 음악은 정말 듣는 분들은 어떻게든 듣게 되더라고요. 길 가다가 우연히 들었다거나 하는 것처럼, 우연으로라도….마치 운명처럼”
‘앞으로도 오래오래 음악 할테니 관심가지고 귀 기울여주세요’라는 말 뒤에 그녀가 남긴 한마디다.
그 말은 정말로 ‘그렇다’. 그녀의 음악엔 묘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한번 듣게 되면 어느새 그녀의 팬이 되어버릴지 모른다.
만나기 전의 설레임과 그녀와 마주앉아 음악적 동질감을 느꼈던 짧은 시간이 안타깝도록 소중해진다. 귀로 한번 듣고, 마음으로 다시 한번 듣게 되는 그녀의 노래.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녀의 음악이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기자도 이미 ‘오소영표 음악’에 중독된 까닭이다. 홈페이지:osoyoung.com/ 트위터 : twtkr.com/oso0
권수현 대학생기자
*미니인터뷰
‘음악적 동반자’ 이다오 씨
9월에 떠날 ‘우주’여행 위해 분주
2집 작업을 함께 한 이다오 씨는 1999년부터 하나뮤직그룹(하나음악)의 일원이 되어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으로 오소영 씨의 1년 후배다. 1999년 이후 오소영 씨와 음악적 교감을 쌓아가며 서로의 음악을 위한 최고의 파트너가 되어주고 있다. 서로의 스타일을 속속들이 읽고 있어 상대가 원하는 어떤 것이든 최고의 서포트를 해준다.
이다오 씨 역시 9월에 새 앨범이 나올 예정이다. 그가 살짝 귀띔해 준 컨셉트는 ‘우주’. 우주에 와 있는 듯한 멜로디를 그만의 음악적 퍼포먼스와 함께 표현해낼 예정이란다. 현재 매니저, 프로듀서, 친구로서 오소영 씨의 앨범을 위해 아낌없이 돕고 있는 음악적 동반자이자 든든한 후원자다.
권수현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