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영 2집 a tempo
– 기린그림
무릇 생명은 저마다의 템포로 움직인다. 자연은 다양한 생명체의 다양한 속도를 모두 아우르며 조화롭게 변화한다. 다만 각자의 템포를 생각지 않는 현대 사회는 효율의 이름 아래 엄청난 속도를 강요하고 그 안에 현기증을 느끼는 사람들은 쉽게 소외된다. 느리게 움직이는 것에 익숙한 뮤지션 오소영은, 그처럼 느리게, 오롯이 자신의 세계를 지키며, 무려 8년 만에 두 번째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지난 앨범에서처럼 그녀는 모든 곡을 직접 쓰고 연주하고 노래한다. 홀로 작업한 이 앨범에서 그녀는 보다 많은 영역을 자신의 몫으로 가져간다. 편곡과 프로듀싱, 기타 연주에 이어 플룻 연주까지 직접 해낸다. 그것은 그저 ‘혼자 해냈다’는 차원으로 평가하기에 부족한, 보다 분명해진 그녀만의 세계를 드러내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지난 시간을 생각하게 한다. 그녀의 노래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과장되지 않은 정갈하고 맑은 목소리는 삶에 물들지 않은 순수함이라기 보다, 그 삶을 지난하게 관통한 평온이 담겨 있다. 새 앨범에 담긴 그녀의 목소리는 거기에 시간이 선물한 여유도 더했다. 앨범의 문을 여는 노랫말 ‘긴 밤을 몰아세운 새벽 경쾌한 어둠’(“검푸른 수면 위로”)처럼 오소영의 노래들엔 어둠마저 경쾌한, 오묘하고 낯선 이질감이 존재한다. ‘난 늘 왜 이리도 부끄러워 숨어 울고 있나’ (“난 늘 왜 이리도”) 한탄하다가도 ‘그냥 화끈하게 표현해봐’라며 툭툭 털고 일어난다. ‘생기를 잃고 힘없이 비틀어져 / 흘러내린 선명하게 붉은 내 어둔 진실 숨겨둔 칼날’ (“돌이킬 수 없는”)을 냉정하게 되뇌다가도 ‘우린 서로의 믿을 수 없는 기적’(“소울메이트”)이라며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고 소박한 희망을 드러낸다. “끝없는 날들”에서 노래하는 소외되고 길 잃은 정서는 사실 그녀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다. ‘어둡고 거칠은 땅을 밤새 달려’가는 마음엔 슬픔과 외로움이 곳곳에 드러나지만 주저앉아 버리는 절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녀는 언제나 다짐하고 각오하며 걷는다. 아름답지만 어딘지 낯선 멜로디는 전형적인 진행 패턴을 살짝 벗어나면서 진행되는데 이는 마치 방랑자가 길 위에서 발견하는 뜻밖의 아름다움처럼 그녀가 만드는 세계의 낯선 아름다움을 점차 드러낸다. ‘그만 그 말 그만 / 남겨진 말들도 산산이 부서지겠지’(“그만 그 말 그만”), ‘숨죽여 담아둔 기억의 유통기한은 끝났어’ (“Happy people”)라며 ‘말’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보여주는 트랙들 은 오소영이 작곡뿐 아니라 작사에 있어서 얼마나 예민한 감각을 갖고 있는지 보여준다. 하나음악 옴니버스 앨범 그녀의 신보를 기다린 이들에게 8년은 긴 시간이었겠지만, 이 음반에 담긴 새 노래들은 그 기다림을 값지게 할 것이다. 세상의 템포가 아닌 나 자신의 템포를 찾을 수 있는, 이 느리고 아름다운 세계가 선사할 기쁨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